오늘도 잠 잘 타이밍을 놓쳤다. 간만의 외출로 몸 상태가 물 먹은 솜처럼 무거웠는데 누운 자리에서 책을 잡은 탓이다. 내 취향에 딱 맞는 먹음직스런 글도 아니건만 신경을 긁어내리는 전개에 자리에서 두 권을 읽어치우고 말았다. 정말 피곤하다. 다 읽고 나면 편할 줄 알았는데.
6과 다시 대화를 나눌 날이 올까. 생각해보면 6이 그렇게 이상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문제는 내 쪽에 있었다고 본다. 나는 전부 끝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당시의 행동을 돌이켜봤을때 거의 성장하지 못했다고 봐도 무방했고, 그 전까지 늘 선택당하는 위치에 있다가 내게 선택권이 주어지자 겁을 집어먹었다. 내가 먼저 6을 부추겼음에도 나는 깨트리지 못했고, 한 단계 뛰어 넘는 것을 스스로 거부했다. 동시에 이전까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당했던 선택 중에 가장 영향이 컸던 (즉 가장 안좋았던) 5가 내게 했던 행동을 고스란히 6에게 되풀이했다. '5-나'의 관계가 '나-6'의 사이에서 재현됐다. 폭압적인 지배자의 행동을 가장 똑같이 반복하는 자는 폭압을 당했던 피지배자라고 하던가. 묘하게 그 때의 행동은 화풀이같기도, 피해망상에 시달린 사람같기도, 또 내가 다른 누군가의 입장이 되어 연기한 싸이코드라마같기도 했다. 더 우스운 건 그 후에 내가 5에게 했던 행동을 6 또한 나에게 그대로 답습했다. 마치 업을 받는 것처럼, 윤회처럼 톱니바퀴가 돌아갔다. 그 두 사건은 일 년 이상의 시간적 텀을 두고 일어났는데도 결국엔 같았다. 한참을 잊고 있다가 불현듯 이렇게 생각나는 것까지도. 6에 대한 미안함인지, 되먹지못한 자신에 대한 반성인지, 아니면 그 모든 일이 흘러흘러 이렇게 같은 모습으로 돌아가고 돌아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인지, 혀 끝이 썼다. 그러고보면 언젠가 5에게도 '이것'이 돌아갈까. 아니면 5는 그 전에 이미 '이것'을 받아 나에게 되풀이했던 것이었을까. 6도 누군가에게 '이것'을 되돌려보냈을까. 그리고 다시 떠올렸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사는 것에 대해 장담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지만 6과 더이상 대화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아마도 그럴 기회가 생겨도 말하지 못할 것 같다. 변하는게 아무것도 없어서 말하지 않게 되는 것일 수도 있다. 실은 할 말이 없는 걸 수도. 그냥 그 때 내가 이 고리를 끊을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못하고, 담백하지 못했던 게 책 때문에 기억이 났다. 독서는 참 무섭기도 하지. 뭐 그렇다. 이미 6도 5도 나와의 접점을 지나 각자의 노선을 달리고 있고 더이상 변하는 것도 없다. 그저 그 때의 흔들림과 진원과 진폭이 기억났을 뿐이다.
6과 다시 대화를 나눌 날이 올까. 생각해보면 6이 그렇게 이상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문제는 내 쪽에 있었다고 본다. 나는 전부 끝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당시의 행동을 돌이켜봤을때 거의 성장하지 못했다고 봐도 무방했고, 그 전까지 늘 선택당하는 위치에 있다가 내게 선택권이 주어지자 겁을 집어먹었다. 내가 먼저 6을 부추겼음에도 나는 깨트리지 못했고, 한 단계 뛰어 넘는 것을 스스로 거부했다. 동시에 이전까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당했던 선택 중에 가장 영향이 컸던 (즉 가장 안좋았던) 5가 내게 했던 행동을 고스란히 6에게 되풀이했다. '5-나'의 관계가 '나-6'의 사이에서 재현됐다. 폭압적인 지배자의 행동을 가장 똑같이 반복하는 자는 폭압을 당했던 피지배자라고 하던가. 묘하게 그 때의 행동은 화풀이같기도, 피해망상에 시달린 사람같기도, 또 내가 다른 누군가의 입장이 되어 연기한 싸이코드라마같기도 했다. 더 우스운 건 그 후에 내가 5에게 했던 행동을 6 또한 나에게 그대로 답습했다. 마치 업을 받는 것처럼, 윤회처럼 톱니바퀴가 돌아갔다. 그 두 사건은 일 년 이상의 시간적 텀을 두고 일어났는데도 결국엔 같았다. 한참을 잊고 있다가 불현듯 이렇게 생각나는 것까지도. 6에 대한 미안함인지, 되먹지못한 자신에 대한 반성인지, 아니면 그 모든 일이 흘러흘러 이렇게 같은 모습으로 돌아가고 돌아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인지, 혀 끝이 썼다. 그러고보면 언젠가 5에게도 '이것'이 돌아갈까. 아니면 5는 그 전에 이미 '이것'을 받아 나에게 되풀이했던 것이었을까. 6도 누군가에게 '이것'을 되돌려보냈을까. 그리고 다시 떠올렸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사는 것에 대해 장담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지만 6과 더이상 대화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아마도 그럴 기회가 생겨도 말하지 못할 것 같다. 변하는게 아무것도 없어서 말하지 않게 되는 것일 수도 있다. 실은 할 말이 없는 걸 수도. 그냥 그 때 내가 이 고리를 끊을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못하고, 담백하지 못했던 게 책 때문에 기억이 났다. 독서는 참 무섭기도 하지. 뭐 그렇다. 이미 6도 5도 나와의 접점을 지나 각자의 노선을 달리고 있고 더이상 변하는 것도 없다. 그저 그 때의 흔들림과 진원과 진폭이 기억났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