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2.05.07 기로
  2. 2011.02.20 잔해
  3. 2009.08.31 사담

기로

2012. 5. 7. 01:45 from -

당신은 내가 허용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거짓말과, 기만과, 이율배반적이고 이기적인 행동을 했음을 이미 알고 겪었음에도

깊이 내렸던 신의와 정성을 거두고 싶지 않아서 아직까지도 잠 못 이루는 밤이 있음을 알고 있는지.

결코 당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어쩌면 긍휼한 나를 위해서

내 오랜 시간과 당신을 믿었던 선택을 부정하고 싶지 않아서

누구에게 쉬이 말해버리지도 못하고 삼켜내던 무수한 밤이 있음을 알고 있는지.

이렇게 시간이 흘러가면 괜찮아질거라고

한번만 더, 늘 그래왔듯이 하루만 더 참아내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손에 쥐어진 건 하나도 없었던 몇 년을 지켜왔는데

앞으로도 이 곳에는 아무것도 없을 것 같다.


나는 이해하고 싶었고 납득하고 싶었다.

내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궁금했고 왜 당신의 선택이 그러했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냥 그 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던 것 같다.


못내 띄엄띄엄 뒤를 돌아보는 내가 추레하다.

시선의 끝이 닿는 곳과 발길의 끝이 내딛는 곳이 어쩌면 이리 다를까.

알고 있기를. 용서할 수 있기를. 마침내 모두 떠나 미쁘고 의로운 평안에 다다를 수 있기를.




Posted by yujo :

잔해

2011. 2. 20. 14:34 from -
감정적인 일을 공개적인 장소에 글로 써버리고 나면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더이상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그저그런 일로 만들어버린다. 아마도 감정은 퇴색할테고
그러면 상황이 더이상 그렇게 힘들지만은 않게 된다.

그럴까?

무너졌던 날 이후, 돌을 하나씩 그러모아서 겨우겨우 쌓았다. 그 안에서
적어도 한숨 돌릴 수 있는 둥지를 만들고 좀 더 튼튼하게 지어나갔다.
행복하겠다고 다짐했고 행복해질거라 생각했다. 시간이
나를 도왔다고 믿었다. 나아진 것 같았다. 그런데
이렇게 또 한순간 그냥 툭 치는 것만으로도 우르르 무너져내린다.
나는 이걸 다 어쩌면 좋나.
이 잔해를 다 어찌하면 좋나.
이걸 다....


Posted by yujo :

사담

2009. 8. 31. 01:27 from -
가끔 자신이 선택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서러워지는 경우가 있다.
어쩔 수 없지--- 내가 그렇게 만든 거라서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채워도 채워도 차지 않는 그릇은 어디에 쓰면 좋을까.
넘치기 직전까지 찰랑찰랑하게 수면이 올라올 날만 기다리고 있다.
혹은 그릇이 있었다는 것을 잊거나, 잊을 수 있도록 하거나, 잊었다고 믿는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 했다.
헌데 나는 늘 반反에 서있다. 이것은 비단 내 탓인가?






Posted by yuj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