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내가 허용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거짓말과, 기만과, 이율배반적이고 이기적인 행동을 했음을 이미 알고 겪었음에도
깊이 내렸던 신의와 정성을 거두고 싶지 않아서 아직까지도 잠 못 이루는 밤이 있음을 알고 있는지.
결코 당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어쩌면 긍휼한 나를 위해서
내 오랜 시간과 당신을 믿었던 선택을 부정하고 싶지 않아서
누구에게 쉬이 말해버리지도 못하고 삼켜내던 무수한 밤이 있음을 알고 있는지.
이렇게 시간이 흘러가면 괜찮아질거라고
한번만 더, 늘 그래왔듯이 하루만 더 참아내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손에 쥐어진 건 하나도 없었던 몇 년을 지켜왔는데
앞으로도 이 곳에는 아무것도 없을 것 같다.
나는 이해하고 싶었고 납득하고 싶었다.
내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궁금했고 왜 당신의 선택이 그러했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냥 그 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던 것 같다.
못내 띄엄띄엄 뒤를 돌아보는 내가 추레하다.
시선의 끝이 닿는 곳과 발길의 끝이 내딛는 곳이 어쩌면 이리 다를까.
알고 있기를. 용서할 수 있기를. 마침내 모두 떠나 미쁘고 의로운 평안에 다다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