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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11.15 The Wonderful In You
- 2014.11.13 놀란
- 2014.10.28 가지 말아요. 2
- 2014.10.10 잡담
- 2014.09.11 올해의 여행
- 2014.09.04 고작
- 2014.07.14 Cannibal
- 2014.06.15 Sing
- 2014.05.26 well-balanced
- 2014.04.09 신의 시간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서 시간과 공간 개념의 유지는 무엇보다 중요한데
놀란 감독은 오히려 시공간을 분절하고 왜곡한다.
꾸역꾸역 접혀서 겹쳐버린 시공간 개념을, 깊숙하게 관통하는 내러티브는
일반적인 시계열, 공간이 유지된 상태의 진행보다 강렬하게 인상에 남는다.
물론 내러티브에 논리를 부여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툴이
(인셉션에서는 꿈으로 가는 능력, 인터스텔라에서는 우주탐험 등)
일상적이지 않은 데서 오는 강렬함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흥미롭게 녹여서 이야기를 그럴 듯하게 만드는 능력이 대단하다.
어쨌든 지그소 퍼즐처럼 전혀 관계없을 것 같은 시공간을
꼬치처럼 꿰어 이야기를 푸는 게 놀란의 시그니처라고 다시 한 번 확인.
우주탐사를 소재로 하는 영화라면 그라비티가,
(미장센이며 음향효과, 음악 포함)
우주에서 오는 메시지와 상대성이론이라면 컨택트가,
타임슬립이 소재라면 12몽키즈가 나한테는 훨씬 흥미로운데
놀란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서 그랬나.
인듀어런스와 탐사선의 도크 씬은 굉장히 아름다웠다.
회전하는 기계들은 화면을 유유히 가로지르며 왈츠를 추는 것 같았다.
지금이나 그때나 밤잠이 없던 나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새벽이 늦도록 라디오를 들었다.
열두서넛 짜리가 무얼 안다고 신해철의 음악도시가 끝나는 2시까지 누워서
지직거리는 주파수를 훑으며 자라났다.
라이코스 뮤직으로부터 나온 마치 해적방송 같았던 고스트스테이션
피아와 같은 수많은 인디밴드의 곡을 들었고
펑크와 그런지의 취향을 다졌고
사이키델릭, 일렉트로니카로 저변을 넓혔다.
나는 딴지일보를 읽고 고스를 듣던 중딩이었다.
당연히 수업은 제대로 듣는 날이 드물었다.
내 친구들은 노래방에 가면 핑클 노래보다
라젠카 세이브 어스를 더 많이 불렀다.
머리가 더 여물어 마왕의 고고함이 불편해지고
좋은게 좋은 거지 하며 나는 주관의 관철보다 타협이 흔해지고
어쩌면 당신도 세월에 훑어져 학원 광고같은 걸 찍으면서
매일같이 듣던 라디오는 켜지 않는 날이 더 많아졌다.
하지만 내가 당신을 보고 있지 않아도 어디선가
늘 그랬듯 당신의 방식대로 잘 살거라서 걱정한 적 없었다.
며칠 전의 소식에도 금새 훌훌 털고 나와 죽음 직전의 무용담을 늘어놓으며
어울렁 더울렁 늙어가며 꼰대 되어가며 잘 살아보자고
동네 무서운 삼촌처럼 오래오래 내 귀를 보듬어줄 걸로만 알았지.
가지 말아요.
가지 말아요.
마왕, 아직 너무 젊잖아.
1. 주사
나도 모르는 주사가 최근에 발견되었는데
'엄청 착해짐'
작년에 사택에 같이 살았던 하우스메이트와 회식에 만취해서
집에 돌아와서는 "ㅇㅇ아 그냥 자면 안돼ㅠㅠ" 이러면서 씻겨주고 옷입혀주고...
물론 평소에는 절대로 저렇게 하지 않읍니다. 그럴리가 없죠.
올해의 후배한테는 "ㅇㅇ씨 기차 잘 탔어요? 걱정되서 연락했어요"
당연히 평소에는 절대 저렇게 할리가 없읍니다-_-
엊그제는 엄마가 내가 집에 왔는데 묘하게 긍정적이고 밝고 싹싹하게 굴어서
왜그런가 자세히 살펴봤더니 만땅 꽐라된 상태...
(그냥 보면 취한지 잘 모름. 평소랑 크게 차이가 없음)
사람이 취하면 본성이 나온다는데 와 나 본성 진심 착한듯
평소에는 그냥 철벽 좀 치는거에요 츤츤 츤츤
아무려면 어때 울고불고 난리치고 때려부수는 것보단 낫지
여튼 그렇게 튀어나온 본성은 한밤중에 크림빵도 2개나 흡입하였음-_-
2. 코트
코트성애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정말 코트 많이 가지고 있는데
(아마 옷 종류 단품 중에서 최다 벌수일거 같음. 코트가. 코트만.)
심지어 옷장 중에 빼곡이 코트만 걸려있는 옷장이 있음... 겨울옷임을 감안해도;;;
근데 코트를 보니까 또 사고싶네 망했어....
3. 출근
내일 출근해야되는데 지금 막 3시네 어쩌지ㅎㅎㅎ
올해는 스페인이랑 제주도 두 군데를 다녀왔는데,
여행의 실질적인 부분을 하나만 꼽자면 렌터카의 승리였고
내 감정적인 부분을 하나 꼽자면 전부 좋은 일도 전부 나쁜 일도 없다는 것.
삶은 제로섬을 향해서 달려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한 10년정도 해왔던 다른 여행들에 비해서 올해 여행은
뭔가 딱 레벨업 한 느낌이 있다. 기술도 감정도 여러가지로.
이런 것도 렙업이 있구나...
제주도에 혼자 남겨져서 역대급으로 우울한 여행이 될거라고 생각했는데-_-;
오히려 훨씬 더 특별했던,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 준 M 고마워.
곧 보러갈게. 정말 많이 고마워.
이렇게 별것도 아닌 것들이 삶의 터닝포인트가 되버리는
그런 날들.
오지은 - 고작
가을은 오지은과 짙은과 콜드플레이의 계절
벌써 이런 계절.
이 곡은 듣다보면 DAI나 시이나링고의 냄새가 난다
8이 엉망진창으로 끝맺음되고, 내 자신을 스스로 추스렸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자신에 대한 확신으로부터 모든게 시작되는 것 아닌가. 감정적인 문제도.
많은 핑계를 대면서 많은 문제가 9로 이양되었고 당연히 이것도 괴이한 모양새가 됐다.
9가 진행되는 동안 스스로의 밸런스는 엄청나게 붕괴되었는데,
공부랑 독서는 아주 손을 놨고, 몸무게가 불어 옷 사이즈가 2사이즈나 더 커졌고, 좋아하는 게 사라졌었다.
나는 음악도 안듣고 겨우 하루의 생활을 버텨내고 혼자서는 감정 주체도 못하는 아주 멍충이가 되어버렸다.
다행이 더 멍충이의 세계로 빠지기 전에 돌아왔다.
일과 생활과 취향의 조화를 이루고 있는 삶.
생활로 기반을 만들고, 일로 돈을 벌고, 그 돈을 취향에 쓴다.
이 밸런스가 두 달여만에 돌아왔다. 정신이 행복하다.
최근에 육춘기라고 생각할 만큼 이것저것 흔들리는 부분이 많기는 한데
이건 내 발전이나 인생 전반적 플랜이 나아가는 정-반-합의 과정에서 '반'에 해당하는 흔들림이라
그렇게까지 괴롭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냥 새로운 프로젝트의 태동이구나 싶다.
적어도 타인에 의해서 내 삶이 흔들리는게 아니니까 버텨낼 만 하다.
새 계획이 구체적으로 수립되고 나면 앞으로 쭉쭉 달려나가면 되겠지.
타인에 의해서 흔들리는 걸 못버티는 삶이라니. 난 애초에 사랑은 글러먹은 인간인가 보다.
애정은 없지만 어쨌거나 매일매일 well-balanced.
그렇게 간절하게 기도했던 순간에도 신의 도움같은 건 없었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세상은 평온하게 흘러갔다.
어찌보면 그 아무 일도 없는 것이 신의 도움이었는지도 모른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서 몸을 옹송그려 있는 시간
내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세상의 끝에 붙어서 숨만 쉬면서 산다.
잘 먹고 잘 자고 특별히 갖지 못하는 것 없이 누리면서 살고 있는데
진짜로 내 손에 쥐인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눈을 감고 그저 시간을 보내며 콩벌레만치도 못하게 산다.
내가 없는 시간.
그저 텅 비어 지나가기만을 바라는 시간.
어딘가에 오롯이 나아지기만을 손이 닳고 닳도록 빌어
나는 껍데기같은 존재로만 있는
신의 시간 그 한가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