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어린 남직원이 소개팅을 해서 두어번 본 아가씨가 마음에 드는데,
목걸이도 사주고 싶고 머리핀도 사주고 싶은데 부담스러워 할까봐 고민이라고 말을 했다.
내 나이또래는 이제 어디서 밥먹지, 다음엔 뭘하지 그런 생각으로 소개팅을 하곤 하는데
그 친구가 뭐든 다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자꾸 들어서 큰일이란 말을 하는게 참 부러웠다.
예전엔 우울하면 방에서 혼자 깡소주도 마시고 좌절하면 죽고 싶단 생각도 해보고
이 사람 아니면 안되겠다 싶은 사람도 있었고 신나면 길거리에서 짱구춤도 췄다.
지금은 죽기도 귀찮고 깡소주 마시려면 다음날 출근 어떻게 할지가 더 걱정된다.
내 정신을 모두 지배했던 사람은 속 안에 감춰둔 채 가벼운 관계들 앞에서 그냥 웃고 있다.
정말 나이 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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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1.23 나이를 실감할 때.
- 2013.01.08 Death and the Maiden
- 2013.01.03 새해
- 2012.12.15 forgiveness
- 2012.12.13 Are We Lovers
- 2012.11.29 Nantes
- 2012.10.14 Jan Saudek
- 2012.10.07 여전히 난
- 2012.10.01 여유
- 2012.09.24 Melodie + Pluto
Egon Schiele
Death and the Maiden, 1915-1916
"결국 쉴레는 좀 더 사회성이 있는 에디트를 선택하였다. 이때까지도 발레리와의 관계는 유지되었다. 쉴레가 발레리에게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때 그녀는 바로 쉴레를 떠났고 두 번 다시 쉴레를 보지 않았다. 이것이 그림 <Death and the Maiden>을 그리게 만들었고, 쉴레는 많은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발레리는 간호사로 자원하여 적십자에 들어갔고 1917년 군병원에서 성홍열로 사망했다"
이루지 못하는 것을 가슴에 품고 지내는 모든 사람에게
그래도 희망이 있으니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몇 년 째 새해 아침에 같은 소원을 빈다.
이루어지지 않을거라면 차라리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잊기나 할 수 있었으면
나한테 너를 용서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고맙다.
술김이건 어쨌건 먼저 솔직하게 말해주지 않았다면 그렇게 하지 못했겠지.
아예 없었다면 더 좋았을 일이지만
어쨌든 엎지러진 물이고, 나도 내 정신 차리려고 분노의 화살을 모두 네게 돌렸었다.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것이 그 일부였던 자책을 스스로에게 겨누었다면
버텨내지 못했을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쉽지는 않았었던.
이제는 다 흘려보내고 스스로에 대해서도 용서하고 잊을 건 잊고 배울 건 배우고
그렇게 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고, 진실과 진심의 부딪힘이 있어야했다.
잘 지내. 잘 지내자. 아마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시간도 길지는 않겠지만 그때까지는
이렇게 물 흐르듯 편안하게 너와 나를 궁지로 몰아세우지 않고
잘 지내. 이제 우리에게 남은 말은 이것뿐이지만
Cooly's Hot Box - Are We Lovers
차갑게 가라앉은 도로를 천천히 운전할때
불빛들은 상실의 시대를 따라 끝없이 일렁거리고
Beirut - Nantes (on the Take Away Show)
긴 여행, 긴 휴식, 여유있고 즐기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과 마음
1.
추석이 되자마자 감기가 잔뜩 걸려가지고.
아마도 감기기운은 추석 전주부터 도사리고 있었겠지만 집에 와서 엄마밥 먹고 긴장을 푸는 순간
내 몸을 지배한다...가 아니고 내 코를 내 목을 지배한다ㅠㅠ 코도 멍멍 머리도 멍멍
추석 음식을 먹는데 이게 고기를 먹는 건지 콧물을 드링킹하는 건지
고기인데 고기맛이 하나도 안나다니 그게 무슨 소리요 의사양반
2.
명절이라고 고속도로 정체를 겪어본게 난 살면서 처음이다.
친가도 외가도 근처라서, 그리고 일하고 난 뒤로는 쭉 기차를 타고 다녀서 몰랐네.
운전석에서 몸을 뒤틀며 으악, 이렇게 10시간씩 다니는 사람도 있단 말이야? 하고 약간의 멘붕을 겪고
겨우 들른 휴게소에서 곱게 옷 차려입고 핫바를 우물거리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들뜸도 읽는다.
이런거였군요 한국의 명절문화...(싱기싱기) 이 나이 먹어도 처음 겪어보는 일들은 참 많다.
하지만 다음 명절엔 기필코 기차표를 예매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3.
홍 : 야 그냥 해, 너 어차피 잃을 것도 없는데
나 : 그... 그런가;
홍 : 뭐 안되면 희망정도?잃겠지(낄낄)
4.
우리집은 선거철이 되어도, 정책이나 노선에 대해 좋네 나쁘네 토론은 해도
누구를 뽑을 건지 (당연히) 말 안하고, 누구를 뽑으라고도 (당연히) 말 안하고, 누구를 뽑았는지도 (당연히!) 말 안한다.
왜냐믄 비밀투표의 원칙이야말로 민주주의의 바탕을 깔아주는 거니까. 아빠가 늘상 그러했다.
(그러나 특별한 사유 없이 투표를 안하는 것은 가족 모두로부터 질타의 대상이 된다...;)
주변의 얘기를 들어보니 그게 일반적인 경우는 아닌가보다. 왜 자식한테 누구 찍으라고 그러지? 이상해.
5.
사람이 안되는 걸 계속 붙잡고 있는 것도 못난 짓이다.
선택과 집중, 결단과 포기, 할 만큼 해봤으면 안되는 것도 있다고 생각해보자.
오기랑 집념 말고... 아오 쓸데없이 쑥쑥 자라나는 근성따위.
IDIOTAPE - Melodie + Pluto (live @Lowrise, FEB 11 2012)
일렉트로니카를 듣다 보면 악보가 있는지 궁금하다.
(전부 다 기억에 의존해서 작업하는 건 아닐거 아닌가!)
드럼은 그렇다치고 저 뿅뿅거리는 사운드 어떻게 기록함? 보고싶음'ㅅ'
아 모르겠다. 좋은 걸 할거야 재밌는거.
지긋지긋한 루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