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깟 공놀이'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0.06.08 그깟 공놀이가 뭐라고 진짜. 3
  2. 2009.10.25 나지완 징크스
  3. 2009.07.01 근황 4

그깟 공놀이가 뭐라고 진짜.

2010. 6. 8. 23:17 from -
오늘 아침에 몸이 정말로 안좋았다. 심하게 몸살기운이 있어서 월차 내고 집에서 뻗고 싶었지만, 공청회가 코 앞이라 할 일도 많고 받아야 할 전화도 많아서 꾸역꾸역 출근했다. 병원에 갔다가 느즈막히 출근을 했는데 도착하자마자 메시지가 온다. 베어스 팬인 친한 언니가 다짜고짜 트레이드 기사 봤냐고 묻는다. 트레이드? 엉? 무슨 트레이드?

마운드에 올라가면 기도를 하는 투수, 수많은 혹사의 여름을 견뎌내고 작년에는 현진이와 좌-우완 원투펀치였던 투수가 트레이드가 됐다. 어느 날인가 빈볼을 던졌다고 마운드에서 얼굴에 주먹이 날아오는데도 눈 깜짝 안하고 고대로 맞아내던 게 첫인상이었다. 그 뒤에 인터뷰에서 "선배가 때리는데 어떻게 피하겠느냐"고 특유의 비싯 웃는 웃음에 아, 쟤는 뭔가 될 놈이다 싶었던 느낌이 확 왔었다. 집-학교-야구장밖에 모른다는 세모돌이, 섹시한 허벅지의 교회오빠가 이제는 오렌지색 유니폼을 안입는다고 한다. 누구든 자신이 애정을 갖는 팀의 선수들을 내새끼라고 생각하며 야구를 본다. 가끔 애증이 깊어 까더라도 내가 까지 남이 까는 건 못보는게 팬의 마음이다. 장성호도 김경언도 이동현도 기아 팬들에게는 그런 존재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새끼 보내는 마음이 편치는 않다.

일단 간 선수들과 온 선수들의 나이만 봐도 장성호는 33세, 이동현은 31, 김경언은 28세다. 간 선수들은 안영명이 26, 박성호 24, 김다원 25세. 심지어 이동현은 부상을 달고 살고 김경언은 허리디스크가 있다. 장성호가 이전만큼의 성적을 내줄지 의문이며 팀에 그렇게 필요한 존재인가 싶다. 불펜이 넉넉한 것도 아니며 불펜에서 안영명이 못해준다고 생각지도 않고, 박성호와 김다원의 포텐이 부족하다고도 생각지 않는다. 아무리 올 시즌 이후에 송광민 김태완이 군입대를 앞둔 나이라고 해서 이렇게 창창한 선수들을 보내고 장성호를 데려왔어야 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정말 내년에 장성호가 필요했던 거면 기다려볼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어차피 조범현 감독과 단단히 틀어진 장성호는 기아에서는 이미 버린 카드다. 그걸 기자들만 모이면 장성호 타령을 해가며 이런 마이너스 트레이드를 단행한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당연히 나보다는 야구를 잘 알고 그걸로 먹고 사는 감독이 어련히 알아서 했으려고 생각하지만, 이럴거면 도대체 스토브리그에 FA 박한이는 왜 흘려보냈을까. 그리고 그동안 김혁민 윤근영 등으로 맞춰보았던 카드를 모두 무시하고 굳이 안영명을 내보냈어야 했던 이유가 뭘까. 송지만 트레이드 이후로 디씨부터 공홈 독수리마당까지 환영하는 글보다는 비난의 글이 쇄도한다. 한화와 기아의 팬이 아닌 다른 팀의 팬들에게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하루 기록을 가지고 이 트레이드의 결과를 말 할수는 없겠지만, 오늘 장성호는 한 타석에서 삼진을 당했고 안영명은 한 타자를 잡으며 승리투수가 됐다. 한 끗 차이다. 그러나 1위하는 팀도 세 경기 중에 두 경기는 이기고 한 경기는 지는 스포츠, 공 한 개의 투구와 때로는 하나의 수비로도 승패가 갈리는 야구에서 한 끗 차이는 전부일 수도 있다.

유독 레전드 대우에 힘을 쏟고 선수들을 잘 보내지도, 잘 받지도 않는 팀의 분위기와 그간 그런 팀의 팬으로 살아왔던 사람들에게 안영명같은 선수가 트레이드 됐다는 것은 날벼락같은 일이다. 그게 프로니까 이해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삶의 일부로 기억되는 야구의 맛을 모르는 것이 분명하다. 어지간해서는 잘 흥분하지도 않는 충청도 연고의 이 팀에서 한대화 감독이 단행한 트레이드는 배수진에 가깝다. 장성호의 스탯이 한대화 감독의 지도력을 평가하는 잣대가 될거라고 생각한다. 4강이나 우승을 기대하는 이글스 팬은 없다. 그저 유망주 자라나는 모습을 보며 류현진 기록에 기뻐하는 게 전부다. 하지만 이 트레이드는 마치 감독의 임기 3년 중 군대로 전력 외가 되는 선수들을 메꾸기 위해 유망주를 내보낸 모습으로 보인다. 이왕 성사된 트레이드 온 선수는 환영해주고 간 선수는 잘 하기를 바라는 너른 마음을 갖기에는 감독의 행보가 아쉬운 마음이 더 크다. 감정적으로 봐도, 그리고 상황을 이성적으로 생각해 봐도 말이다.

오늘따라 예전 선수들이 그립다. 클린업 쿼텟이라고 불렸던 클락-김태균-이범호- 김태완의 타선. 안영명이 맞았다고 옆차기를 날리던 송회장님이 서있던 마운드. 내 인생 최초의 에이스 정민철. 류현진 나오는 날만 빼고 매일같이 등판하던 마정길. 수술하기 전에 윤규진이 던지던 직구. 대성불패의 이상한 투구폼. 우리 피자신 이도형. 심지어 볼빨강 감독님까지 그립다.

그깟 공놀이가 뭐라고, 마음도 씁쓸하고 몸도 좋지 않은 하루다.



Posted by yujo :

나지완 징크스

2009. 10. 25. 00:30 from -
나지완 징크스. 나지완 타석을 내가 지켜보고 있으면 홈런을 친다. 아마 올해 패넌트레이스에서 낸 홈런 24개 중에서 반 정도는 본 것 같다. 당연히 난 한화이글스 팬이기 때문에 보려고 본 건 아니다. 어느 날은 한화 경기가 클리닝 타임이라 채널을 돌리다가 기아 경기를 보는데 나지완 타석이었다. 볼카운트 2-0에서 '또 나지완이네~'하고 보는 순간 공이 펜스를 넘어갔다. 어느 날인가는 한화 경기가 일찍 끝나서 기아 경기를 보고있는데 홈런을 쳤다. 올해 구장에서 본 경기는 총 26번. 그 중에 4번이 기아 경기였다. 3번은 한화-기아전으로 대전구장에서 있던 경기였고, 나머지 한번은 목동에서 히어로즈-기아전이었다. 그 4번 모두에서 나지완은 홈런을 쳤다. 한화나 히어로즈 두팀 다 4강에 들지 못한 팀이고 특히나 한화는 투수진이 시망(한번은 류현진한테 뽑은 홈런이지만), 게다가 파크팩터를 생각해봐도 직관 4번 모두에서 나지완이 홈런을 칠 확률이 그렇게 높을까. (그 4번의 시합 중에 나지완보다 12개의 홈런을 더 친 김상현의 홈런은 딱 한 번 봤다;) 뭐 야구경기에서 홈런이라는게 아주 많이 중요한 건 아닐 수도 있다. 차근차근 팀플레이로 만들어나가는 한 점이 더 큰 점수일지 모른다. 어쨌거나 내가 바나나우유 몸매의 나지완을 인식하게 된 건 볼 때마다 치던 홈런 때문이다. 내가 무심히 티비를 보다가, 혹은 구장에 갔다가 '왜 쟤는 매번 홈런을 치는거야!'라고 버럭하다보니 어느 새 나지완 징크스라는 것까지 생겨 있더라.


내 기억에 올해 패넌트레이스에서 내가 나지완 타석을 보고 있을 때 홈런이 나오지 않았던 건 딱 한 번이다. 9월 24일에 기아가 1위를 결정짓던 날. 비교적 최근 일이라 정확하게 기억이 난다. 그리고 코시 5,6차전에서도 나지완은 별다른 활약이 없었다. (1-4차전은 제대로 안봤다) 나지완 징크스가 깨졌나 했다. 그래서 오늘은 맘 편하게 경기를 보고 있었다. 개인적인 이유로 SK를 응원했는데 잠시 TV를 꺼둘 것을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나지완이 치지 못했어도 기아의 9회 말 타순이 워낙 좋았다. SK는 이미 8번째 투수가 나온 상황에 채병용은 올 시즌이 끝나면 팔 수술하고 군에 간다. 아마 오늘 등판을 생각도 못했을거고 4차전에서 던질 수 있는 한계까지 던졌을거다. (불펜에서 팔도 제대로 못 푸는 상황이었다니 괜히 배영수가 생각난다) 나지완이 공을 치는 소리는 딱 들어도 넘어가는 소리였다. 그 순간 생각났다. 엑, 나지완 징크스 유효했던건가- 하고.


2009년 시즌이 완전히 끝났다. 올해도 거의 다 갔구나 싶다. 꼴칰이었지만 재밌었다. 어쩌다보니 선수들 관계되는 일도 좀 하게 되고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기억에 남을 경기들과 내가 좋아한 첫번째 선수의 은퇴식, 연패의 순간에도 구장에 있었다. 포스트시즌에 진출은 못했지만 다른 팀의 경기도 재밌었다. 내년 4월까지는 무슨 재미로 사나. 스토브리그도 야구의 재미라지만 팀의 두 기둥이 흔들거리는 이글스의 FA크리를 생각하면 겨울도 내년도 암울한게 사실이다 (심지어 내야의 기둥 김민재 선수도 코치가 됐다;) 그래도 언젠가는 V2를 만들어내려니 하고 또 6시 반이면 두근두근하면서 TV 앞이나 지정석에 앉아있을게 뻔하다. 그깟 공놀이가 뭐라고. 나참.

 

오늘, 야구가 끝났다.






Posted by yujo :

근황

2009. 7. 1. 15:12 from -
집 떠나서 3개월차. 이젠 제법 익숙해졌다...라고 쓰고싶지만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위화감따위 전혀 없었다-_- 내가 원래 이렇지 뭐;;; 거처를 정해두는 곳은 가족들이 있는 둥지 하나 정도면 족하다. 그 외에는 그냥 트렁크 하나 들고 흘러다니는 플랑크톤 삶이 내가 추구하는 것 아니겠나 (웃음) 그런 의미에서 아마 동물과 함께 사는 건 정말로 화루가 마지막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거처가 없으니 동거하는 동물 두기도 쉽지 않겠다 싶은 것. 인생의 마지막 고양이에게 최선을 다해야 할텐데 고작 3개월쯤 집에서 떠나 있었다고 10년을 함께 산 나를 외면해주시는 화루님.... 야 임마.........

영화는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더라. <천사와 악마>가 개봉하고 그 다음일인가 본게 마지막이니 얼추 한 달은 넘은 것 같다. 아트시네마도 전혀 못가고 있고 그렇다고 DVD나 어둠의 경로를 통해서 보지도 않고. 최근 개봉작은 하나도 못 본것 같다. 내가 이렇게 될 줄이야;;; 이번 주말에는 숙제같이 밀려뒀던 영화들 쭉 봐야지. 대신 요즘은 티비에서 다큐멘터리 채널을 자주 본다. 은근히 재미있는 내용이 많다. 그나마 음악이랑 책은 꾸준히 읽고 있는데, 책을 더이상 둘 공간이 없다; 집에 가지고 내려가야 할텐데 책은 무게가 있어서. 귀찮기도 하고.

애증의 야구는 후... 엊그제 무려 세 명의 롯데팬에게 위로를 받았는데, '너네는 88885774 비밀번호의 꼴데잖아!!'라고 까칠하게 응수해도 그들은 '과부 심정은 홀아비가-_-'라는 태도로 위로를 끝까지 마치더라. 어쩌다 롯데팬한테 위로를 받는 지경까지 왔는지 난 잘 모르겠다ㅠㅠ 어쨌거나 오늘도 지면 10연패, 93년 빙그레이글스 이후의 신기록이라는거. 어휴 그깟 공놀이.

평일 낮에 유유자적 놀러다닐 적에 직장인들이 다들 부러워했던게 이렇게 와닿다니. 점심 시간에 잠시 청계천을 지나 광화문 쪽에 갔다가 들어오기 싫어서 속상해졌다. 인스턴트 커피를 앞에 두고 졸음을 참고 있는 오후란 참.



++ 새로 시행되는 저작권법 때문에 올렸던 영화 캡쳐들 포스트를 전부 비공개로 돌렸다. 교육적 목적의 인용같은 거라면 고소크리까지는 안당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사실 그 동영상들 교육적 목적이라고 갖다붙이려고 밑에 뭘 주절주절 쓰고 싶지도 않고... 내가 올렸던 영상들은 사실 무슨 말을 하는 것보다 한 번 보는게, 가능하다면 영화를 한 편 보는게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코멘트를 쓸 생각도 없다. MV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티스토리로 옮겨오면서 음원파일을 지웠던 건 지금 생각해도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MV들은 정말... 유툽에서 매니지먼트사가 올린 오피셜 클립 중에서 링크 가능한 것만 퍼오면 되는건가. 그리고 광고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사실 여기 말고 전부터 준비하던 순수 저작물만 올리는 블로그가 있기는 하다. 근데 그거 말고도 취향과 잡설을 쏟아내는 이 곳도 참 좋은데.



Posted by yuj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