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라섹

2007. 8. 9. 14:06 from -

의사가 말했다.
"보통 10명중에 1~2명, 눈의 통증에 굉장히 민감하신 분들만 많이 아프댑니다."
그래서 난 당연히 내가 80%에 속할 줄 알았다. (난 평범하닉가요)
이런데서까지 비주류라니 서러웠다.


눈을 소독하고 마취약을 넣었다.
내가 원래 몸에 마취가 좀 늦게 든다. (혈압이 낮은 탓인가?)
덕분에 치과에서 여러 번 생이빨 갈았는데 최근엔 자주 안갔던 고로 잠시 잊었다.
눕혀지고 눈꺼풀을 벌리는 기계를 설치하고 주의사항을 말해준다. 아무 생각없다.
각막을 절개하는 기계가 지나갈 때서야 정신이 든다. 이런 히밤.
오른쪽 눈을 먼저 수술했는데 각막이 절개되는 느낌이 고스란히 든다.
감각도 생생 고통도 생생. 수술 중에 각성할 뻔 했다.
마취 잘 된 왼쪽 눈은 아무 감각없이 지나갔다. 세상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오른다.
의사 멱살이라도 잡고 싶었지만 어쨋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밥먹는 시간 말고는 그냥 눈감고 자는게 회복에 가장 좋다는
공식 딩굴딩굴을 명령받고 3일째 집에서 구르고 있다. 그새 살이 쪘다-_-
눈에 물들어가면 안된다고 해서 제대로 씻지도 못한다. 꼬질꼬질하다.
글씨를 제대로 못 본다. 책도 못 읽고 문자도 겨우 쓰고.
컴퓨터는 엄마 없을 때 후다닥 한다. 그래도 30분 이상은 무리다.
하루종일 누워서 음악만 듣는다.
저녁 때 가족들이 들어오면 불쌍하다고 같이 고스톱 쳐 준다. 용돈벌고 있다.
내일은 막내동생이 부루마블도 사다 준다고 그랬다. 눈물나게 고맙다.




Posted by yuj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