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방 여자에게는 한 가지 버릇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머리를 말리면서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다. 아마도 드라이어 소리에 가려 잘 들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부르는 것 같다. 처음에 들었을 때는 깜짝 놀랐다. 밤 느즈막히 옆방에서 노래가 들려서. 이런 열악한 방음의 건축물에서 저렇게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아침에야 내가 출근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못들었지만, 밤에는 거의 매일 옆방 여자의 노래를 듣는다. 아직 얼굴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노래를 부르는 목소리는 참 예쁘다. 동양적인 느낌의 노래를 부르는데 간드러지는 듯 하면서도 목소리가 맑다. 보통은 밤 12시 전후, 내가 침대에 앉아서 호두를 오독오독 깨물어 먹으며 책을 읽는 시간이다. 등에 닿는 얄팍한 벽 너머로 얼굴도 모르는 여자가 제목도 모르는 노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어깨를 스치며 지나야 했던 충킹맨션의 복도를 생각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체온이 묶여 버린 실처럼 엉켜있는 걸까 이곳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