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라노 게이치로

2007. 7. 29. 12:56 from -



 며칠 전에 서점에 가서 히라노 게이치로의 책을 두 권 사왔다.
「달」이후에 책이 하도 안나와서 절필하고 어디 틀어박혔나 했더니 3년정도 집필만을 위해서 안나왔던 거라고 한다. 덕분에 그동안은(이라고 하기엔 너무 긴 시간을) 다른 책들에 빠져 살았고, 간만에 서점가서 뒤져보니 그 사이 히라노 게이치로의 책이 수 권 나와있었다.
 하루키나 나쓰메 쏘세키보다 더 좋아하는, 일본 작가 중에 최고로 좋아하는 작가인데 「일식」을 읽었던 15세 때 받은 충격은 말 할 수도 없다. 그 고풍스러운 조소. 안일하고 무분별하게 생각했던 모든 것에 대해 나는 그의 비웃음을 산다. 얄팍하고 기분 나쁜 조소가 아니라 너무 고고해서 복종하고 싶어지는 얘기를 한다.
 이번에 산 「문명의 우울」에 보여지는 히라노 게이치로는 작가가 아닌 사람으로도 너무 내 취향에 딱 들어맞아서 유쾌하다. 사회적 인간과 예술가들에 대한 동경 사이를 비틀거리며 지낸 10대의 이야기도, 요절의 미학을 얘기하는 것도 좋다. 가끔씩 슬몃 보여지는 75년생 젊은 작가의 독단(이라고 나는 평가)도 앞으로 그가 고뇌할 파편이고 깊이에의 희망으로 보여져서 마음에 든다. 이게 콩깍지가 씌인 팬의 애정이라고 힐난해도 할 말은 없고. 어쨋거나 '나(스스로)'에 대해서 생각하는 사람들은 좋고, 거기다 태초부터 고고해 보이는 사람이라면 즐겁기까지 하다.
 반 년 전에 읽었더라면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했을 글인데 전학기에 들었던 수업의 공이 컸다. 교수님께서 추천해주셨던 책은 필시 꼭 읽어야하는 교양서적이었던 거다. (장ㅇ주 교수님 감사합니다.) 그걸 24세나 되서 겨우 읽다니 이건 비극에 가깝다. 히라노 게이치로는 24세에 아쿠타가와를 수상했다. 나도 초조감에 의한 희망을 고무시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건, 나는 아직 저온이라는 것이다.







Posted by yuj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