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온화상

2009. 9. 28. 10:05 from -
 주말 내내 아프다가 겨우 정신을 차렸다. 원래도 감기든 몸살이든 몸 상태가 좀 안좋으면 열이 잘 나는 편이기는 한데, 39도에 조금 못미치는 체열이 오락가락하니 집에서도 비상사태였다. 또 요즘 플루가 유행이라 하니까. 응급실에서도 주말에는 검사결과가 안나온다 했다. 하릴없이 그저 해열제 먹고 조금 상태가 나아졌는데 또 열이 오르면 정말 혈액검사 받으러 가야 한다. 귀찮다. 아마도 일 하나를 마무리한데 따른 긴장풀림성 몸살이 아닐까 싶다. 여행도 갔다오고 나면 이렇게 한 번씩 아팠었다.
 대전에 돌아왔다. 벌써 더위가 다 지났고, 한 해가 저물어가는 느낌이 든다. 일어나서 대충 음악을 틀어놓고 에곤 쉴레의 화집을 뒤적거리고 있자니 싸늘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새벽 공기도 차지만, 9월 말 아침에 보기에 에곤 쉴레는 너무 차다. 그건 둘째치고 아침에 일어나서 이렇게 유유자적 화집이나 보고, 음악이나 듣고 있었던게 언제였나 싶다. 주말의 아침은 뇌를 딱딱하게 굳힌 것과 같은 알코올 찌꺼기랑 함께였던 것 같은데. 익숙하면서도 어색하고 여유로운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할 일이 많다.
 열이 나지 않을 때의 체온은 36도 정도. 36.5도는 커녕 35.9도에서 36.1도를 겨우 오가는 정도의 체온이다. 미지근하고 그다지 열정도 없을 것 같은 몸뚱이를 가지고, 어째서 매번 그 저온에 화상을 입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정신을 차려보면 데여있는 거다. 언제 화상을 입는지 알면 제때 피하기나 할텐데 꼭 나중에서야 흉터를 발견하고 수습하느라 난리지.



Posted by yuj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