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를 기다리며

2011. 5. 15. 03:44 from -
한달짜리 미국 여행 계획을 결국 캔슬했다.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갈 수 있을지 기약은 없지.
여행 딱 한달만 가는 것도 아니고 앞뒤로 준비하고 돌아와서도 일상 적응하느라고 붕 떠있는
그런 기간들까지 합치면 두달은 정신없이 지나갈텐데 그만큼의 여유를 부릴 처지는 아니다.
잘한 일인지 모르겠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지금 이순간의 고행을 자처하는가.
분명 알고서도 몇 년간 미뤄두고 애써 눈 돌리고 피해왔던 일이다.
이제서라도 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오랫동안 스스로를 원망하고 미련이 남아 힘들어 하겠지.
핑계를 대고 타협해버렸던 그 일은 5년, 6년이 지난 지금도 말이 나올 때마다 괴롭다.
그 일에 대해 얘기할 때마다 눈물부터 핑 돌고 악에 받치며 살았으니 더이상은 외면할 수 없다.

자신은 없지만, 선전포고부터 해놓고 나니 속은 시원하다.

좀전에 지인의 블로그에 갔다가 여행 다녀온 사진이며 공항 사진을 보니 마음이 흔들린다.
기내식 먹고 싶었는데. 미국에서 사고싶은 것도 많았는데. 다 골라놨는데. 여비도 있는데.
씁쓸하다. 오욕의 강물을 건너고 나면 세상의 종말처럼 놀아줄테다.




Posted by yujo :